오랜 기간 경영자들과 학자들은 시장의 흐름을 가장 먼저 잡는 비즈니스의 '선발주자(First Mover)'들이 경쟁사들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스탠퍼드 대학의 마빈 리버만(Marvin Lieberman)과 데이비드 몽고메리(David Montgomery) 교수는 시장에 최초로 진입한 경쟁자는 독점적인 학습 기회를 얻고, 특허를 확보하고, 구매자 전환 비용을 설정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 개념을 널리 전파했다.

이후 학자들은 선발주자가 상당한 브랜드 이점도 누릴 수 있으며, '오리지널'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버만과 몽고메리 교수가 선발주자의 이점이라는 현상을 비즈니스계에 각인시킨 지 10년 뒤,

두 사람은 선발주자에게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자신들의 결론에 이렇게 단서를 달았다.

"개척자는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최고의 기회를 미처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일찍 시장에 진입한 사람은 시장이 진화함에 따라 그다지 큰 가치를 얻을 수 없는 '쓸모없는' 자원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골드(Peter Golder)와 제라드 텔리스(Gerard Tellis)라는 두 학자는 과연 시장 개척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역사적인 증거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치약에서부터 비디오 레코더, 팩스 기계에서 추잉 껌에 이르기까지 50개 제품 카테고리의 500개 브랜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선발주자의 47%가 실패했음이 밝혀졌다. 제품을 최초로 출시한 기업 중에서 5년 뒤에도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한 기업은 절반 정도였고, 장기간 시장에서 우위를 점유한 기업은 선발주자의 11%에 불과했다. 반면 선발주자가 일단 시장을 개척해놓은 후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장악한 '빠른 후발주자(Fast Follower)'들의 실패율은 8%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이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간은 두 학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기간 중 무려 53%에 달했다.


선발주자에게는 고객 교육, 인프라 건설, 규제 승인, 실수를 통한 피드백 및 개선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빠른 후발주자는 무임승차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들은 선발주자의 성공을 차용하고, 그들의 실패 사례에서 객관적인 교훈을 얻으며, 다른 분야에 더욱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다.

말하자면 선발주자는 후발주자가 더욱 세차게 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셈이다.


세계 제일의 정치 관련 웹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를 포함, 역사상 큰 성공을 이룬 기업의 상당수는 해당 분야의 빠른 후발주자였다.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는 학자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기고한 '창시자보다는 빠른 후발주자가 되는 편이 더 낫다'라는 기사에서 빠른 후발주자였던 GM이 포드자동차를 앞질렀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오버추어, 마이스페이스, 애플을 앞지른(애플이 다시 돌풍을 이르킬 때까지) 각 기술 전문 영역의 빠른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후발주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선발주자와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너무 뒤쳐지게 되면 다른 주자들에게 자리를 빼앗겨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으며, 그렇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는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애래에 링크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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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RHK'에서 펴낸 셰인 스노우(Shane Snow)의 《스마트컷》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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